제26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입선(심사위원장상)
태양을 향해 뻗은 손, 평화의 물결이 되다
충남외국어고등학교 1학년 안호연
어둠이 짙을수록 빛은 가장 순수한 곳에서 부터 시작된다.
올해 2.28 민주운동 기념식의 주제이자, 그날의 뜨거웠던 현장을 목격한 김윤식 시인의 시구처럼,
“저기, 우리들의 태양이 이글거리기 때문”에 높은 태양을 향해 손을 뻗었던 청춘들이 있었다.
1960년 2월 28일, 발췌 개헌과 사사오입 개헌을 감행하며 권력의 영속을 꿈꾸던 이승만 정권은
야당의 유세를 방해하고자 일요일 강제 등교라는 통제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대구 지역
고등학생들은 부당한 권력에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 책상을 박차고 거리로 나갔다.
마침내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4.19 혁명과 1980년 5월 푸르던 하늘 아래 일어난 5.18 민주화 운동,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을 거쳐 대한민국 국민들이 각자의 촛불을 모아 광화문 광장을 채우기
까지 모든 민주화의 시작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10대의 시절을 보내고 있던 학생들의
함성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날로부터 수많은 계절이 흐른 오늘 나는 그들이 걸었던 그 길 위에서
미래를 향해 손을 뻗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으로 영화 을 보았는데 지금까지 아마 10번 넘게 돌려본 것 같다. 그런데도
아직도 처음 영화를 보았던 그 순간 내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감동을 나는 잊지 못하고 있다.
영화 속 여자 주인공인 연희가 민주항쟁에 앞장서던 선배에게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 라며
던진 뼈아픈 질문은, 오늘날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거대한 사회적
모순과 높은 벽 앞에서 평범한 학생인 나의 존재가 작아 보이고, 침묵을 어쩔 수 없는 당연함으로포장하는 세상 속에서 가끔은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싶은 일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순간마다
1960년 대구의 거리에서 태양을 향해 손을 뻗었던 이들도 결국은 나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학생들이었다는 것을 떠올린다. 그들은 두려움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지 눈앞에 놓인 국가의
위기와 부당함을 외면할 수 없었기에 손을 뻗었던 것이다.
우리가 2.28 민주운동을 통해 얻은 민주주의는 작더라도 옳음을 말하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들이
모여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나에게는 간절하게 이루고 싶은 소중한 꿈이 있다. 과거의 선배들이 독재의 장벽을 허물며 자유
민주주의를 향한 첫 포효를 했듯, 나는 분단된 한반도에 평화의 물결을 더하고, 나아가 전 세계의
분쟁 지역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민주주의가 부당함에 맞서 나의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외침이라면, 평화는 그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타인의 아픔까지 온전히 보듬을
수 있는 포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구로부터 시작된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 위에서
대한민국이 끊임없이 발전해 왔던 것처럼, 나 역시 그 위대한 유산을 이어받아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자 한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 나에게 주어진 이 하루를 무겁게 받아들인다. 당장 거창한 변화가 보이지
않더라도, 내가 지켜낸 작은 양심이 세상을 조금 더 정의롭게 만들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날
이글거리는 태양을 향해 당당히 손을 뻗었던 2.28 민주운동의 주역들처럼, 이제는 내가 그 손을
맞잡고 한반도의 분단 현실 위에 평화라는 꽃을 피워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