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동상(2·28원로자문위원장상)
국경을 넘어 피어난 봄: 필리핀에서 온 학생이 바라본 2·28 민주운동
경북공업고등학교 3학년 김글렌마띠오
필리핀에서 온 나에게 한국의 역사는 솔직히 조금 낯설고 어려운 공부였다. 하지만 대구에서
일어난 ‘2·28 민주운동’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가슴 한구석이 찌릿하며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왔다.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먼 나라의 옛날이야기인데도, 이상하게 우리 조국 필리핀의
모습이 자꾸만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1960년 2월 28일 일요일, 이승만 독재 정권은 야당의 선거
연설회에 학생들이 가지 못하게 하려고 뜬금없는 ‘일요일 강제 등교령’을 내렸다고 한다. 부당한
권력이 학생들의 눈과 귀를 가리려고 꼼수를 부린 것이다. 하지만 대구의 고등학생들은 바보처럼
가만히 있지 않았다. 교문을 박차고 거리로 뛰어나와 “학생들에게 자유를 달라”, “독재 정권은
물러가라”며 당당하게 외쳤다. 무서운 총칼을 든 독재자 앞이었는데도 말이다. 어른들도 쉽게 용기
내지 못했던 그 시절, 스크럼을 짜고 앞장서서 민주주의를 외친 이들이 지금의 나와 비슷한 나이의
청소년들이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고 존경스러웠다. 이 학생들의 순수한 용기가 결국 한국
민주주의의 거대한 상징인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대구 고등학생들의
이 뜨거운 함성은 나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필리핀의 아픈 과거와 자랑스러운 역사를 떠올리게
했다. 필리핀에는 1986년 마르코스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위대한 ‘에두사(EDSA) 피플 파워
혁명’이 있다. 1960년 대구의 학생들이 거리를 메웠던 것처럼, 필리핀의 평범한 시민들과
학생들도 마닐라 거리로 쏟아져 나와 맨몸으로 탱크 앞을 막아서며 평화와 자유를 노래했다. 두
손에 꽃을 들고 비폭력으로 맞서던 필리핀 시민들의 모습은, 대구의 학생들이 거리를 메우며
흘렸던 눈물겨운 땀방울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나라와 인종은 달라도 “평범한 사람들의 뭉친
힘은 그 어떤 독재 정권보다 강하다”는 진리를 똑같이 증명해 보인 것이다.민주주의는 그냥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진 선물이 아니다. 1960년 대구의 새봄을 깨우던 차가운 바람 속에서,
그리고 1986년 필리핀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수많은 선배가 피와 땀을 흘려가며 함께 피워낸
소중한 꽃이다. 필리핀 사람인 내가 한국의 2·28 민주운동을 공부하고 가슴 깊이 기억하는 이유는,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정의가 국경을 초월한 인류 공통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대구의 학생들이
남겨준 자유의 불꽃을 가슴에 품고, 나 역시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으로서 내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이곳의 민주주의를 더욱 소중히 지켜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