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동상(2·28원로자문위원장상)
잊힌 시작을 기억하다
동화중학교 2학년 이지민
사람들은 결과를 더 오래 기억할까, 아니면 시작을 더 오래 기억할까? 놀랍게도 대부분은 결과를
더 먼저, 그리고 자세히 기억했다. 단순히 4•19혁명이 더 잘 알려진 사건이고, 더 가까운
기억이기 때문이라고생각하기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차이가 있었다. 그 미묘한 차이가 나는 계속
마음에 걸렸다. 2.28 민주화 운동, 그리고 4.19혁명 무엇이 더 우리에게 친숙한가? 솔직히 역사에
관심 많은 나조차 2.28 민주화 운동은 단숨에 기억 할 수 없었다. 나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나 역시
많은 사람들처럼 4.19의 그림자 속에서 2.28 민주화 운동을 잊어갔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래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과거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고등학생인 그들이 거리로 나간 사건, 우리는 그
날을 잊으면 안 된다.
난 2.28 민주화 운동을 찾아보며 2.28 민주화 운동이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학생들이 부당한
정치적 동원에 항의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중심이 되어 일어난 민주화
운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4•19혁명의 시작 점 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2•28 민주화 운동은 단순히 4•19혁명의 밑 바탕이 아니었다. 그것은 학생들이 불합리한
현실 앞에서 침묵하지 않고, 변화의 첫걸음을 내디딘 용기였다. 나와 같은 학생들이 이런 용기를
냈다는 사실이 실로 놀라웠다. 그리고 이내 ‘나라면 할 수 있었을까?’ 는 생각이 머리에 맴돌았다.
만약 내가 1960년 그날의 학생이었다면, 나는 침묵하지 않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었을까? 물론
역사에 대해 ‘만약’은 없다. 따라서 내 대답도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누구나 알 것이다.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우리가 그 날 나섰던 사람들을 공경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날, 그 자리에 없었던
사람들을 결코 욕하지 않듯이 말이다. 그 장소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서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그들이 어떤 무게를 지었는지 안다. 더더욱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완벽히성숙하지 않은 학생이라면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거리로
나섰던 그 결정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안다. 이 날 8명이 사망하고 70여 명이 부상 당하고 이 백 여
명이 연행되었다. 그 날, 8명의 멈춘 청춘은 지금의 우리를 민주주의 속에서 살게 하고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미 역사의 결과를 알고 있다. 2•28 민주화 운동 이후 4•19혁명이 일어났고, 그 과정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중요한 발걸음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하였듯이
그날 거리로 나선 학생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지 못했다. 그들에게는
성공이라는 확신도, 안전하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한 걸음 내디뎠다. 나는 이 점에서 2•28 민주화 운동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용기는 결과가 보장된 상황에서 내리는 선택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지 고민하고 두려움
속에서도 행동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그날의 학생들도 우리처럼 망설이고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두려움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선택했다. 그들에게 그 가치는 대체
어떤 의미를 지녔기에 이토록 눈부시게 반짝일 수 있는 것 인가.
아주 어릴 때, 책을 읽고 기억에 대해 생각을 나눈 경험이 있다. 그곳에서 난 기억한 다는 것이란
지나간 시간을 품고 그 위에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다, 기억한다는 건 그리 무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지나간 날들을 품고 살아가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 마찬가지로 2•28
민주화 운동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저 불합리한 상황 속에서도 목소리를 낸 학생들의 마음을
오늘날까지 이어가는 일이다. 우리는 흔히 역사의 큰 결과를 기억한다. 하지만 모든 변화에는
처음으로 움직인 사람이 있었고, 그 시작에는 쉽게 보이지 않는 용기가 있었다. 4•19혁명이라는
큰 흐름만 기억한다면 그 출발점에서 목소리를 냈던 학생들의 의미를 놓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결과 뿐만 아니라 그 결과를 만들어 낸 시작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 2•28 민주화 운동을
알아가는 과정은 나에게 단순히 하나의 역사적 사건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금 내가
누리는 평범한 하루가 결코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과정이었다.
내가 자유롭게 생각하고, 의견을 말하며, 배울 수 있는 환경 의 뒤에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먼저
목소리를 냈던 이들이 있었으니, 처음 나는 결과와 시작 중 무엇을 더 오래 기억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 답은 결과에 가까웠다. 하지만 2•28 민주화 운동을 알아간 뒤, 나는 생각이
달라졌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단순히 역사의 큰 사건만이 아니다. 그저 지금의 현재를 이룬
모든 사건이 과거의 하나의 조각이었음을, 사람의 생명 가운데 크고 작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1960년 2월 28일, 거리로 나섰던 학생들은 자신들이 역사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작은 외침은 시간이 지나 우리 사회의 큰 변화를 이끄는 시작이 되었다..
역사는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통해 계속 이어진다. 어쩌면
그것이 그들의 후손인 우리가 해야 할 마땅한 임무일지도 모른다.
나는 우리나라가 자랑스럽다. 또한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걸 감사히 생각한다. 적어도 내가 살고
있는 이 자유가 아무 대가 없이 이뤄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특히 그렇다. 결코 민주주의를 위해
피를 흘린 분들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우리가 누리는 하나의 사소한 일까지
누군가 의 희생이 안 닿는 곳이 없어서, 그것이 안타까우면서도 내심 자랑스럽다는 것이다.
신념을위해 맞서 싸울 수 있는 그 피를 물려받았다는 점이 내가 태어난 것 만으로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이유다. 그렇기에 나도 마땅히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 가고자 한다. 나의 신념을 위해, 국가를
위해, 가족을 위해, 이웃을 위해 마땅히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그런 사람, 부디 지금 15살 나의
마음이 내가 성인이 되어서 까지도 이어지기를 소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