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금상(대구광역시장상)
눌린 글씨
군산푸른솔초등학교 6학년 김윤호
나는 공책에 힘주어 쓰면
다음 장에 글씨가 남는다
연필심이 지나간 자리를
손끝이 먼저 읽는다
1960년 2월 27일
학생들이 결의문을 쓰던 방
꾹 눌러 적은 한 줄마다
교문 밖 발걸음이 먼저 찍혔다
이튿날 일요일
낮 열두 시 오십오 분
조회단 위에서 일어난 글씨가
여덟 학교의 일요일을 깨웠다
그날 눌린 한 줄은
반월당을 지나 중앙로를 달려
백여 미터의 대열로 길어져
도청 마당에 닿았다
경찰 곤봉이 앞을 막고
구둣발이 학생들을 짓밟을 때
대구 골목의 열린 문들이
떨리는 교복을 품었다
오늘 어린이 회의에서
마이크 앞 작은 목소리를
이번에는 귀가 먼저 읽는다
나는 그 말을 꾹 눌러 쓴다
회의가 끝난 뒤
한 장을 넘겨 보니
그 말의 자국이 손끝에 걸린다
여기, 네 말이 남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