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은상(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장상)
100년을 지켜낸 용기
새론초등학교 5학년 엄시준
2060년 2월 28일.
교실 문을 열자, AI 역사 선생님이 우리를 맞이했다.
"오늘은 2·28민주운동 100주년입니다. 1960년 2월 28일의 대구로 이동하겠습니다."
눈앞의 교실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낡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거리를 달려가는 모습이 펼쳐졌다.
날카로운 경찰의 호루라기 소리와 학생들의 뜨거운 함성이 생생하게 귓가를 울렸다.
AI 선생님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1960년 2월 28일, 대구의 고등학생들은 불의에 침묵하지 않았습니다. 그 용기는 4·19혁명의
시작이 되었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첫걸음이 되었습니다."
나는 홀로그램 속 학생들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나보다 겨우 몇 살 더 많은 형, 누나들이었을 텐데….'
그때 AI 선생님이 질문을 던졌다.
"민주주의를 가장 위협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친구들은 익숙하게 '전쟁', '독재', '폭력' 같은 단어를 골랐다. 하지만 나는 잠시 망설이다 다른 답을
입력했다.
'생각하지 않는 것.'
AI가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답했다.
"흥미로운 답변입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모니터에는 이런 문구가 떠올랐다.
요즘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AI가 모든 답을 찾아주는 시대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AI는 정답을 알려줄 수 있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지 선택하는 건 결국 사람이 해야 하는 일
아닐까? 만약 국가가 AI를 이용해 우리 생각까지 통제하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
내 혼잣말에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AI가 다 결정해 주면 싸울 일도 없고 편하잖아."
그 순간, 교실 천장에 떠 있던 홀로그램 화면이 붉게 물들었다.
[학습 효율을 위해 토론을 종료합니다.]
[다른 의견은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책상 위 모니터에는 작은 알림이 떠 있었다.
[발언 권한이 일시적으로 제한되었습니다.]
손을 들려던 내 팔이 멈췄다. 순간 가슴이 너무나 답답했다. 내 생각을 말하고 싶은데 말할 수
없다는 게 이렇게 무서운 일인지 처음 알았다.
교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조금 전 체험했던 1960년 대구 거리 학생들의
목소리가 다시 귓가를 스쳤다.
“우리는 침묵하지 않겠다!”
그 외침은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내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진짜 목소리 같았다. 그제야 나는
왜 형, 누나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아무리 똑똑하고 공정한 AI라도 민주주의를 대신할 수는 없어. 민주주의는 스스로 생각하고,
그것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권리니까.'
AI는 척척박사처럼 모르는 게 거의 없다. 하지만 그것이 맞고 틀렸는지는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해야 하는 일이다. 그건 결국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다.
[기술은 세상을 발전시켰지만, 민주주의는 사람을 지켜 주었다.]
화면에 뜬 국사 교과서의 마지막 문장이 천천히 사라졌다.
창밖에는 드론들이 바쁘게 하늘을 날아다니고, AI가 도시를 관리하고 있다. 세상은 100년 전보다
훨씬 편리해졌다. 하지만 그 편리함 속에서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100년 전 형, 누나들이 지켜 낸 것은 단순한 '민주주의'라는 글자가 아니었다. 바로 오늘 내가
마음껏 생각하고, 질문하고, 내 마음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오늘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