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은상(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장상)
호랑이 굴에서 피어난 민주주의
성북초등학교 5학년 고보미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는 속담이 있다. 사람은 극한의 상황에 놓이면 평소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힘을 발휘한다. 시험기간도 그렇다. 시간이 넉넉할 때는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지만, 시험 전날처럼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졸음도 이겨내고 평소보다 훨씬 집중하게 된다. 위기의 순간은 사람을 더 강하게 만든다.
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이 평온한 시대라면 1960년대의 대한민국은 거대한 위기의 한가운데 있었다. 6.25 전쟁은 국토를 폐허로 만들었고, 먹을 것과 입을 것은 물론 잠잘 곳조차 부족했다. 모두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땀 흘려 일했고, 나라가 다시 일어서기를 간절히 바랐다.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을 펼치면 많은 국민들이 기꺼이 힘을 보탰다. 그들에게 국가의 발전은 곧 자신의 희망이었다.
사람들은 가난에서 벗어나는 가장 큰 힘이 교육이라고 믿었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노동력을 보태는 존재였다면, 이제는 학교에서 배우며 나라의 미래를 이끌 사람으로 여겨졌다. 부모들은 부족해진 노동력을 대신 감당하면서도 자녀를 학교에 보냈고, 아이들은 열심히 공부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 갔다. 지금보다 훨씬 가난했지만 사람들은 함께 잘사는 나라를 꿈꾸었고, 서로를 믿으며 하나가 되려고 노력했다.
그 시절에는 대학도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전국의 대학은 70여 곳 남짓이었고 대학 진학률도 20%가 되지 않았다. 학생들은 토요일에도 학교에 갔고, 일주일에 쉬는 날은 일요일 하루뿐이었다. 생활은 힘들었지만 서로를 위하고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은 지금보다 더 뜨거웠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요롭다. 주 5일 수업과 주 5일 근무가 자리 잡았고, 대학은 400개가 넘으며 대학 진학률도 70%를 넘는다. 먹고 싶은 것을 걱정하기보다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시대가 되었고, 스마트폰 하나로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다. 하지만 풍요로워질수록 모두가 더 행복해진 것은 아닌 것 같다. 서로를 믿기보다 의심하고, 조금만 손해를 봐도 불공정하다고 말한다. 불평은 쉽게 하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행동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기보다 누군가 대신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나는 현대사에서 가장 큰 감동을 받았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섰기 때문이다. 두렵지 않았던 것은 아닐 것이다. 최루탄이 날아오고 폭력에 쓰러지면서도 그들은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갔다. 거짓에 속지 않기 위해 공부했고, 나라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책임감으로 행동했다. 그 시작 가운데 하나가 바로 2.28 민주운동이다. 학생들은 학교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부당한 권력에 맞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외쳤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침묵하지 않았고, 대한민국의 주인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다했다. 그래서 2.28 민주운동은 단순한 학생 시위가 아니라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지켜 낸 용기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학생이라는 이유로 정치와 사회 문제에서 너무 어린 존재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어쩌면 우리 스스로도 “아직은 내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한 걸음 물러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는 학생도 나라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나는 또래 친구들이 한국사를 많이 공부했으면 좋겠다. 역사를 배우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용기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면 함부로 나라를 탓하기보다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먼저 생각하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는 누군가 대신 지켜 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배우고 생각하며 행동할 때 비로소 지켜지는 것이다. 2.28 민주운동의 학생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민주주의를 소중히 여기고, 책임감과 용기를 가진 시민으로 성장하고 싶다. 그리고 그 정신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학생들의 마음속에서도 다시 힘차게 살아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