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금상(대구광역시장상)
지금 아픈 건 봄비 같은 거였다.
사동고등학교 3학년 이나경
2월은 아직
꽃의 이름을 허락하지 않았다.

달력은 끝내
겨울의 편을 들었고,

나무들은
맨손인 채
계절을 견디고 있었다.

살아보지 못한 시대를
동경하는 것은
살아보지 않은 이의 오만일까.

나는 오래 그 문장을 품고 있다가
봄은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늦게 알았다.

1960년의 어느 아침,
누군가는
교복 단추를 끝까지 채우고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았던 건 아니었지만,

돌아오기 전과는
같은 사람이 될 수 없음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어두운 밤이 지나면
반드시 아침이 올 것이라 믿으며.

그 믿음 하나가
꽃보다 먼저
거리 위에 피어났고,

끝내 삼키지 못한 목소리는
봄처럼
사람에서 사람으로 번져 갔다.

그날 이후
봄은
계절이 아니라

누군가의 떨림을 품고서도
끝내 내딛었던
한 걸음의 이름이 되었다.

해마다
벚꽃은 다시 피고,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봄을 맞이한다.

그러나
비가 오는 날이면
꽃보다 먼저
가슴 한쪽이 젖는다.

아마도
그날,
가장 어린 사람들이
우리 대신 맞아 준 비가

아직도
그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지금 아픈 건
봄비 같은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