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금상(대구광역시교육감상)
1960년, 가장 강한 신호
대구경상고등학교 1학년 전지후
모든 변화는 하나의 신호에서 시작된다.
전자공학을 꿈꾸는 나는 신호를 전선과 반도체를 따라 흐르는 전기적 정보라고 배웠다.
신호는 정보를 전달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며 세상을 움직이는 기술의 출발점이다.
그래서 나는 세상을 연결하는 것은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960년 2월 28일을 알게 된 뒤 신호에 대한 나의 생각은 달라졌다.
1960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일요일 학생들은 야당의 선거 유세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등교 지시를
받았다.
학생들은 등교 지시가 자유로운 판단과 권리를 막기 위한 것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침묵 대신 행동을 선택했다.
경북고등학교 학생 이대우는 학생들을 대표해 자유와 권리를 지키자는 결의문을 낭독했다.
그 외침은 수많은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대구에서 시작된 작은 움직임은 전국으로 퍼져 나가
4.19혁명으로 이어졌다.
모든 통신은 누군가 먼저 신호를 보낼때 시작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있어도 첫번째 신호가 없다면 어떤 연결도 이루어질수 없다.
나에게 이대우와 학생들의 외침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향해 처음 보내진 신호였다.
더 놀라운것은 그시대에 인터넷도 휴대전화도 무선통신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학생들을 하나로 연결한것은 기술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믿음이였다.
그들이 주고 받은것은 데이터가 아니라 용기였다.
나는 신호를 전류나 전파로만 생각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신호는 반드시 전선을 따라 흐르거나 전파를 타고 전달되어야만 하는것은 아니었다.
한사람의 용기는 다른사람의 마음으로 전해지고 다른사람의 행동으로 이어질수있었다.
가장 강한 신호는 기술만이 만드는것이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 낼수도 있다는 사실을
2.28민주운동은 보여 주었다.
나는 앞으로 사람과 사람을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연결하는 기술을 만드는 사람이되고싶다.
그러나 기술만으로 세상을 바꿀수 없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하고 싶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그안에 담긴 가치가 없다면 사람을 움직일수 없기 때문이다.
공학은 나에게 신호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2.28민주운동은 그 신호에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었다.
전자공학은 더 빠르고 더 멀리 신호를 전달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하지만 내가 배운 가장 강한 신호는 속도가 가장빠른 신호도 아니였고 가장 멀리 도달한 신호도
아니었다.
자유와 정의를 향한 용기를 담은 신호였다.
그래서 나에게 1960년은 가장 강한 신호가 세상을 움직이기 시작한 해로 기억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