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입선(심사위원장상)
우리의 교복은 차갑지 않다
경인고등학교 2학년 황하람
볕 한 자락 들지 않는 교실 구석
옛된 책상 위 나이테 자국을 짚다가
깃 끝에 남은 실밥 하나를 거머쥔다
1960년 2월, 대구의 푸른 바람은
얼마나 매섭게 교복 옷깃을 할퀴고 지나갔을까
닫힌 고등학교 정문 너머
얼어붙은 아스팔트 길 위로
붉은 발자국을 처음으로 새기던 선배들
그들의 어깨 위에는 두려운 그림자 대신
시대를 깨뜨릴 뜨거운 불꽃이 얹혀 있다
그날 교문 밖으로 터져 나온 함성들은
얕은 물결을 타 넘고 들불처럼 번져나가
봄을 불러올 파도로 나아간다
세월이 흘러 계절의 색은 무색하게 바뀌더라도
매일 아침 다려 입는 이 단정한 깃 사이엔
흩날리던 그날의 먼지가
책상의 깊이처럼 켜켜이 깃들어 있다
불의를 꿰뚫어 보던 곧은 눈동자
차디찬 길 위에서 서로의 온기를 나누던 손금
유리창을 깨고 세상으로 퍼져나간 메아리는
교복의 실밥 같은 실핏줄을 타고 올라온다
겨울의 끝자락 어떤 세상에서는
여전히 매섭게 불어오는 바람이지만
지하철 구석
교실 복도에서
서로의 어깨를 조용히 다독일 때
이 옷감 속에서 또다시 타오르는 불꽃
보라,
우리가 입고 있는 이 교복은
단 한 번도 차갑게 식어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