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입선(심사위원장상)
회색빛 횃불
대건고등학교 3학년 정원준
대구의 심장부에 박힌 두 자루의 검
아니, 지하에서 솟아오른 화산의 잔해
육십 년 전의 함성이 응고되어
회색의 침묵으로 서 있는 이 돌기둥들은
실은 시간의 껍질을 벗은 횃불이다
높은 기둥은 새벽을 여는 종
낮은 기둥은 황혼을 닫는 종
그 사이로 비치는 빛은 대한민국의 지도에서 대구가 되어
영원히 타오르는 민주주의의 심장이 된다
비바람은 이 돌을 깎아내리려 하지만
돌은 오히려 더 날카로워진다
마치 1960년 2월 28일 그날
교문을 박차고 나온 학생들의 발걸음이
아스팔트를 뚫고 지하까지 내려가 돌의 뿌리가 된 것처럼
사람들은 이 돌을 기념비라 부르지만 나는 안다
이것이 살아있는 증인임을
불의에 용기 내어 외친 그날의 목소리가
돌의 결을 따라 오늘도 맥박을 뛰고 있음을
이 돌은 무거운 것이 아니라 가벼운 것이다
육십 년의 침묵을 견디며 다음 세대의 손길을 기다리는
희망의 깃털처럼
신호등이 빨강으로 바뀌면 사람들은 무심코 서지만
이 돌은 결코 서지 않는다
항상 깨어 있어 부당함이 지나갈 때마다 은빛 날을 세운다.
돌은 말이 없지만 그 침묵은 천둥보다 크다
마치 겨울을 이겨낸 나무의 뿌리처럼
이 돌이 가리키는 곳은 각자 마음속의 정의가 서 있는 곳이다
나는 다짐한다
이 돌이 무너지는 날까지
아니, 이 돌이 영원히 서 있는 한
부당함에 침묵하지 않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