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입선(심사위원장상)
청춘의 서시
이천고등학교 1학년 서지민
그 시절 꽃다운 청춘들은
네모난 교실 속
네모난 책상 위
네모난 교과서 안에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배워갔다
흑연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지우개 가루가
서걱서걱
정적을 한 입씩 베어 물고 또 물던 오후
살짝 해져있는 책가방을 열어 젖히자
오래된 종이와 책 대신
길바닥 속의 차가운 서리가
하염없이 터져 나왔다
민주를 지키겠다고
달려 나간 어린 발자국들
아무리 짓눌리고
아무리 밟혀도
그들은 민주를 밝혔다
몸속에 오래도록 품은
붉고 푸른 핏줄들을
도시의 가장 단단한 골목들마다
하나하나 심는 일
어깨와 어깨가 부딪혀 갈 때마다
지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소리들이
점점 귀에서 일었다
새봄을 힘차게 올리는 것은
민주와 평화의 땅
시대를 지나온 학도들의 바람들이
마침내 따스함 속
무궁화 한 송이를 틔울 때까지
그날, 거리 위에 이어 놓은
그 붉고 푸른 선들은
영원토록 지워지지 않는
이 땅의 가장 찬란한 서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