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동상(2·28원로자문위원장상)
무궁화로 피어난 봄
동성고등학교 2학년 표주영
아직도 봄은
골목 사이사이로 들지 않았다

교문은 침묵으로 녹슬고
교실 창밖에는
자유보다 명령이 먼저 피어났다

학생들의 발걸음은
얼어붙은 땅을 두드렸지만
길목 어디에도
진실 한 송이 뿌리내릴 틈은 없었다

한반도의 호랑이는
깊은 겨울 속에 웅크리고 있었지만
봄볕은 끝내
그 등을 비추었고
민족의 가슴마다 꺼져 가던
불씨를 다시 일으켰다

무궁화를 붙든 손길은
하나둘 모여
광장을 향해 걸어 나갔다

누군가는 책을 덮고
누군가는 연필을 내려놓고
누군가는 침묵을 거두어

자유를 가슴 속에 품고
거리 위에 섰다

품속의 태극기는
마음껏 몸을 펄럭였고

기나긴 겨울은 학생들의 함성 앞에서
아작아작 금이 가기 시작했다

호랑이의 등에 실려 날아온
무궁화의 홀씨들은

그날의 봄을
오늘의 봄을
피워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