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동상(2·28원로자문위원장상)
흰 색의 물결
경북공업고등학교 1학년 서민수
일요일 아침, 이유 없는 종이 울렸다 누구도 가라 하지 않은 길로 가라, 가라, 등 떠밀렸다 우리는
아무 말도 듣지 못했지만 몸으로 먼저 알아차렸다 갇힌 것은 우리의 발이 아니라 우리의
목소리였다는 것을
교문 앞에 선 첫 걸음은 누구의 명령도 아니었다 스스로 여민 옷깃 사이로 스스로 터진 숨결이었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물결이 되어 겨울 끝자락의 중앙로 위로 하얗게, 하얗게 번져갔다
두려움은 다리를 떨게 하였으나 발끝은 자꾸만 앞으로 갔다 심장은 두 개의 북처럼 울렸다 하나는
무서움으로 하나는 뜨거움으로 곤봉이 어깨를 스치고 서로의 손이 놓치는 그 순간에도 우리는
넘어진 자리에서 서로를 일으켜 세웠다
누가 이 걸음을 무모하다 하는가 누가 이 외침을 철없다 하는가 우리가 든 것은 총이 아니라 아직
뜨지 않은 해를 향한 가장 정직한 발걸음이었다 가장 순한 반항이었다
저무는 오후, 흩어져 돌아가는 길 노을이 교복 위로 붉게 내렸다 어머니는 문 앞에서 낯선 얼굴
하나를 맞았으리 아이가 아니라 처음으로 시대를 짊어진 사람의 얼굴을
지금도 나는 그 거리를 걷는다 아스팔트 아래 잠든 발소리를 딛고 기념탑에 새겨진 이름들 앞에서
가만히, 오래도록 고개를 숙인다
날은 져도 다시 밝아온다 그날 그들이 걸었던 새벽처럼 누군가 오늘도 창을 열고 아직 뜨지 않은
해를 가만히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