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심사평
심사평
올해 26회를 맞이한 2·28학생문학상은 응모 편수는 줄어든 반면, 응모 학교는 크게 늘어났다. 학교 차원의 단체 참가는 줄었고 학생 개인의 참가가 늘어난 것이다.(193개 학교, 566편)
학교 단위 단체 참가가 줄고, 학생 개인별 참여가 늘어나면서 작품의 평균 질은 높아졌다. 예년에는 2·28민주운동 전개 과정과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나름 정리하는 차원의 작품이 많았다면, 올해는 2·28민주운동을 매개로 학생 자신이 현재 ‘서 있는 위치’로 질문이 확장되는 작품이 많았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나열은 줄고 개인적 경험과 감상이 늘어난 것이다.
산문 부문에서 학생들은 일기, 소설, 대담, 수필, 편지, 콩트 등 다양한 형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풀어냈다. 감동을 과장하거나 화려하게 치장한 작품, 2‧28 당시 상황을 나열한 작품 보다는 담백하면서도 본질을 꿰뚫는 작품을 더 높이 평가했다. 단순히 팩트가 틀린 경우(예: 참가 학교 이름 1개 틀림)는 사실을 바로 잡아 심사에 포함했지만, 2·28민주운동의 의미를 포장하기 위해 역사 속 다른 사건과 혼용한 작품은 당선권에서 제외했다.
올해 초등부 산문 부문은 응모작 편수가 예년에 비해 줄었지만 응시 지역이 더 다양해졌고 대부분의 작품 수준이 기대 이상이었다. 「2‧28 공원에서 찾아낸 용기」(김지연), 「한 걸음이 역사가 될 때」(김송윤) 등의 작품이 특히 눈에 띄었다. 「2‧28 공원에서 찾아낸 용기」는 가족들과 함께 2‧28 공원을 방문했던 생생한 경험을 통해 과거 2‧28운동을 이끌었던 어린 학생들에게서 ‘용기의 스위치’를 얻어 학급 생활에 적용한 이야기가 돋보였다. 「한 걸음이 역사가 될 때」는 역사 수업 시간에 2‧28운동에 참여한 학생들의 사진을 접한 후, 초등학생의 눈으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이 인상적이었다.
중등부 산문 부문 「질문받지 않는 자유」는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부당한 등교 지시에 얼토당토않은 이유를 댄 것을 두고서 도입부부터, “권력은 왜 늘 진짜 이유를 말하지 않는가”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한다. 이 서슬 퍼런 문제의식은 오늘날 정보가 범람하는 분위기 속에서 알고리즘을 타고 수동적으로 끌려 다니기만 하는 우리의 모습을 반성하자는 자기비판으로 이어진다. 아울러 66년 전, 교문을 박차고 나갔던 학생들처럼 침묵하지 말자는 강력하고도 묵직한 메시지를 새긴다.
「니는 2.28을 아나」는 고등학교 야구 경기에서 지역 비하로 논란을 일으킨 응원가와, 평소 자주 오가며 지나쳤던 2.28중앙기념공원에 대한 작가의 인식을 병치시킴으로써, 그저 우리가 무심코 ‘안다’고만 여기던 역사적 진실이 과연 진짜 ‘아는 것’인지에 대해 반문하며 성찰의 계기를 남긴다.
고등부 산문 부문 역시 전반적인 글짓기 수준이 예년보다 높았다. 그 중에서도 2‧28 당일의 운동 전개를 이해한 후 자신이 그러한 상황에 놓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고민한 글, 자신을 2‧28 시위 참여자의 입장에 놓고 사건 전개 고비고비에서 자신의 고민을 적은 글, 교문 안에서의 학생들의 외침이 교문 밖의 세상을 바꾸어 놓았다는 관찰 등이 돋보였다. 2‧28민주운동의 다양한 사건과 의미를 일목요연하게 쓴 글보다는 2‧28민주운동의 여러 의미 중에 특정 의미 또는 장면을 찾아, 자신의 경험·느낌·각오로 진솔하게 연결한 작품을 높이 평가했다.
운문 부문에서는 참여적 경향이 강한 작품들이 당연히 주를 이룰 것이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운문적 특성이 도드라진 작품들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작품들의 특징은 2·28 민주운동의 의의와 그 정신을 제대로 알리고 계승하려는 의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과거로 달려가 그날의 그 현장을 재현하는 방식 대신 현재 자신의 생활 반경에서 그날을 되새기며 일상과 상상 그리고 다양한 소재에 기대어 그 의의와 정신을 내재화하고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표현했다. 직접적인 참여라기보다 시공을 초월한 간접 참여 형태를 띠는 것이다.
구호와 같은 큰 목소리와 비슷비슷한 서사 대신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로 그날에 대한 생각과 마음을 진솔하게 전하곤 했다. 운문의 특성이 그렇듯 작은 소리에 오히려 큰 울림이 있었고 작은 것에 더 큰 무엇이 담길 때 그 매력이 배가되었다. 이러한 운문적 특성을 가진 작품들이 꽤 많은 편이었고 그 완성도 또한 대체로 높은 편이었다.
운문 부문에서 눈에 띄는 작품은 대상 수상작인 「북쪽으로 눕는 새의 그림자」 이다. 시의 첫머리에서 겨울 외부의 풍경으로 제시되던 변화가 마지막에는 ‘보이지 않는 뿌리’라는 내면의 힘으로 전환되면서 시적 구조의 완성도를 높인다. 특히 제목과 이미지의 독창성, 자연의 변화와 내면의 변화를 겹쳐 놓는 방식, 계절의 변화라는 익숙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단순한 자연현상으로 묘사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내부의 움직임’으로 형상화한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섬세하고, “침묵–숨–그림자–나이테–뿌리–바람”으로 이어지는 이미지의 계열도 비교적 일관된다. 무엇보다 ‘변화는 밖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시작된다’는 하나의 사유를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자연물의 이미지로 묘사해 낸 점이 높이 평가될 만하다. 학생들의 시에서 흔히 발견되는 감상적 진술이나 교훈적 결론을 상당 부분 벗어나 있으며, 단순히 문장이 예쁘거나 표현이 세련됐다는 점보다 학생의 작품에서 보기 드문 시적 발상과 자기 언어, 그리고 하나의 주제를 끝까지 끌고 가는 전개가 인상적이다.
또한 올해 당선작품인 ‘눌린 글씨’, ‘벽에 난 금’, ‘뚝배기’, ‘꽃샘 추위’, ‘매화꽃’ 등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서로 다른 소재와 정서를 품고 있지만, 그 안에는 억눌린 마음과 기억, 시련을 견디는 생명력, 그리고 새로운 봄을 향한 희망을 공통으로 담아내고 있다. 특히 2·28의 역사적 의미를 직접 드러내기보다 다양하고 섬세한 이미지와 은유로 자연과 사물에 투영하고, 형상화한 작품들의 문학적 개성이 돋보인다.
2·28학생문학상은 일반적인 글짓기 대회를 넘어 청소년들이 삶과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깊게 하는 특별한 장이다. 학생들이 이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한다는 것은 스스로 문학적 감수성을 갈고닦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대한민국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던 2·28민주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배우고 체화하려는 노력의 결실이다.
문학은 인간의 감정과 사유를 문장으로 표현하는 예술이지만, 그 바탕에는 시대와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자리 잡고 있다. 1960년 대구의 학생들이 불의에 맞서 일어났던 2·28민주운동은 대한민국 현대 민주주의의 포문을 연 자부심이자 소중한 자산이다. 따라서 오늘날 학생들이 2·28민주운동을 주제로 시와 산문을 짓는 과정은, 역사를 책으로만 접하는 차원을 넘어 학생들이 자신의 시각으로 역사를 재해석하고 그 가치를 가슴에 담는 능동적인 과정이라고 본다. 2·28학생문학상 응모를 통해 학생들이 역사와 대화하며, 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기회가 되었으리라고 믿는다. 참여한 모든 학생과 지도 교사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26년 10월
심사위원장: 조두진 / 심사위원: 김노주, 여정, 김선정, 이혜경, 황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