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대상
북쪽으로 눕는 새의 그림자
마산제일고등학교 3학년 조모현
겨울은 오래도록
산등성이에 흰 귀를 세우고 있었다.
강은 한 번도
자기 이름을 크게 불러 본 적이 없는데,
물속의 자갈들은
입술 대신 둥글어진 침묵으로
계절을 견디고 있었다.
어느 날,
바람이 나뭇가지의 결을 거슬러 읽자,
들판 가장 낮은 풀잎 하나가
먼저 고개를 들었다.
그것은 꽃이 피는 방식이 아니라,
얼어붙은 흙이
자기 속의 푸른 숨을
조용히 밀어 올리는 방식이었다
새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하늘을 가로질렀지만,
그들의 그림자는
이상하게도 북쪽을 향해 길어졌고,
잠들어 있던 골목의 창문마다
햇빛은 유리보다 먼저
숨을 틔우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그것을
봄이라고 불렀고,
누군가는
눈 녹는 냇물의 우연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래된 느티나무는 알고 있었다.
나이테 하나가 생길 때마다
나무는 안쪽에서 먼저
바람의 방향을 바꾼다는 것을.
그래서 산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더 푸르게 서 있었고,
강은 더 맑은 얼굴로
돌들을 데리고 흘러갔다.
나는 지금도
고향의 저녁 연기 사이를 지나면,
이름 없는 새 한 마리가
끝내 울음을 삼킨 채,
하늘보다 먼저
빛의 결을 바꾸던 순간을
가만히 만져 본다.
그날 이후,
세상의 봄은
꽃이 피어서 오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뿌리 하나가
자기 어둠을 끝까지 밀어 올릴 때,
비로소
바람의 방향을 바꾸며
온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