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입선(심사위원장상)
60여 년 후, 고등학생
고양국제고등학교 1학년 김슬아
2월 28일의 학생들_
2018년- 7년 전인가. 중학교도 들어가지 않았던 시기, 2월 28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지금의 기억으로 그건 별다른 감상을 불러일으키진 않았던 것 같다. 자그맣던 나의 시선에서 고등학생들은 뭇 어른처럼 커 보였고- 그래서일까, 그들의 용기는 나에게 그리 와닿지 않았다. 3.15 부정선거, 4.19 혁명, 6월 민주항쟁. 외우고 있던 순서에는 없던, 그래서 상당히 생소한 2.28 민주운동. 딱 그 정도의 인식이었다.
그렇게 해서, 7년.
어느새 그들과 엇비슷한 나이가 된 지금, 이제는 그들의 행동이 당연하지 않음을 안다. 물론, 여전히 그 모든 무게를 헤아릴 수야 있겠냐만은.
횃붙을 밝혀라, 동방의 빛들아_
2월 25일에 통보된 기말시험 날짜의 변경. 28일 일요일에 있던 민주당 유세와 관계가 없을 수 없었던 그 부당한 처우에 대한 반발. 젊은날의 치기일 수 있다. 열입곱이 되어 2.28 민주운동의 학교별 전개 과정을 읽으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의문을 쓴 하청일 학생의 생활기록부, 3학년 담임이 그의 적성에 '혁명가'라 적었듯-약간의 미소가 지어지는 부분이다.-이 시기의 아이들만 가지는 뭇 어른과는 다른 고양감과 전우애, 그래- 혁명의 마음. 그것이 분명히 있다는 생각이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지금,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고작 그런 결속력이 있다기엔, 말마따나 그들은 젊은 날을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 젊다 못해 어리다. 첫 시작. 분명- 불의에 반해 서기까지는 굉장한 두려움이 따랐을 터. 그럼에도 그들은 기어코 횃불을 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기어코 이룩해낸 결과가 지금,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운동'이라는 글자로 기록되어 있다. 2.28 민주운동의 파장을 보라. 실로 장한 일이지 않은가.
같은 시선에서_
학생들이 쏘아 올린 민주주의의 효시. 아마 2.28 민주운동에 관해 사람들이 가지는 감상은 이런 것 아닐까. 이것이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저마다 꽃다운 학창 시절을 간직하고 있어서, 그들이 지녔던 젊음이 그리도 귀중했다는 사실을, 그들의 나잇대에는 보호 받아야 마땅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비슷한 시야를 가지게 된 지금의 나로선, 당사자라면 안타까워 하기보다는 기특해 하기를 더 바라고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미안하다 보다는 고맙다, 뭐 그런 말들. 지금 우리는 그들이 학생이었다는 것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만, 그들은 무엇보다도 '학생'이라는 신분에 구애받지 않은 용기를 보여준 것 아니던가. 그런 생각이 수업시간에 문득 들었다. 적어도 내 주위의 친구들은 그런 칭호가 붙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에.
아무렴- 기억해야 마땅할 그들의 행동에 별다른 미사여구를 붙일 필요는 없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 정도의 생각이다.
덕택에 안온한 생활을 영위하는 지금, 나름 추모의 방식을 만들었다. 만일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계속 해봤자 별로 쓸모없다는 자전적 의견 하에-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 밀도 끝도 없게 돼버린다.- 그저, 감사하면 되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많은 시간도 필요 없고, 심적인 부담도 없는 멋진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최초의 운동- 매일 아침 그 희생에 감사하는 삶. 그들을 기억하는 방법.
그들을 기억하는 삶.
기어코, 아니 드디어일까. 같은 시선에서 말이다. 물론, 혹은 설령- 내가 그들의 시선을 앞지른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