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입선(심사위원장상)
별과 어둠
임실지사중학교 3학년 신정현
형은 늘 집에 없었다.

형은 항상 학교에서 공부를 하다가 밤늦게 들어와서는
또 책상 앞에 앉아서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형은 그것을 두시간에서 많게는 세시간까지 적고는 잠에 들었다.

한번은 형이 적는게 궁금했다.
그래서 형이 자는동안 형의 방에 몰래 들어가서 형이 적은것을 봤다.
그것은 시였다.

형이 적은 시를 보았다.
그것은 형의 작품이 아니었다.
형이 쓴 시에는 작가명이 이렇게 적혀있었다.

윤동주

윤동주 나는 그 이름이 누군지 몰랐다.
나는 형과 달리 문학에 관심이 없다.
당장 먹고 살기 힘든데 시인 이름을 알 여유는 없다.

그러나 형은 달랐다.
형은 문학에 재능과 관심이 많았다.

나는 형을 이해하지 못했다.
당장 먹고 살기 힘든데 문학에 관심을 가지는 형을 이해하지 못했다.
“형은 왜 이런걸 쓰는거야.”

나는 형이 쓴 윤동주의 시를 읽기 시작했다.

시의 제목은 이러했다.

별헤는밤

나는 시를 읽기 시작했다.

시를 모르는 나조차도 가슴한편이 아련해졌다.

그러나 나는 시를 이해할수 없었다.
형과 달리 나는 이런 시의 뜻을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순간 형이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재빨리 방을 빠져나와서 나의 방으로 도망치듯이 들어갔다.

형은 그날 이후로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나는 형이 들어오지 않는 날마다 형이 쓴 시를 읽었다.
주로 별과 관련된 시였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형의 방에는 형이 쓴 시가 많아졌다.
주로 별과 해와 관련된 이야기다.

시의 내용은 이러하다.

별과 어둠

신정현

해야 두려워해라.
밤이 오고있다.

해야 두려워해라.
미래이자 희망인 별이 도래한다.

해야 두려워해라.
어둠이 오고있다.

별의 빛을 가리는 해야
별의 빛나게 해주는 어둠이 온다.

별이 빛나려면 어둠이 있어야 한다.
나는 그 어둠이 되어서 별들을 빛나게 해주리

해야 두려워해라
별들이 빛날것이니

나는 시를 읽고는 충격에 빠졌다.
이것은 대통령인 이승만을 비판한다.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은 알고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이승만과 자유당의 독재로 인해 학생들이 들고 일어나고 있었다.
형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 이유도 학생운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제서야 나는 형이 평소에 하는 말을 이해했다.
형은 평소에 우리를 별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어둠이라고 말하였다.
당시에 나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의 나는 이해했다.

형은 우리를 위해 희생하고 있다.
2월 27일 토요일 형이 밤늦게 집에 돌아왔다.
오래만에 집에 돌아온 형에게 나와 동생들이 다가왔다.
동생들은 형에게 안겼다.
그러나 나는 보았다.
형의 얼굴을.
분노로 찬 형의 얼굴을.
형은 동생들을 뿌리치고 방으로 들어갔다.
동생들은 그런 형의 모습에 당황했다.
나는 형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형의 방에 들어오자 형은 나에게 나가라 말했다. 그러나 나는 형의 말에 되물었다.

형은 왜 그런 위험한 짓을 하는거야?
형은 말했다.

별이 빛나기 위해서.

대체 왜 형이 별을 위해서 희생해야해?

미래이자 희망인 너희들을 위해서 나는 어둠이 될꺼야.

나는 형의 말을 듣고는 충격에 빠졌다.
형은 그동안 우리를 위해서 희생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형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형이 말했다.
이승만이 일요일 등교령을 내렸다고 이에 반대하는 학생들과 내일 이승만에게 대항할거라고.

나는 형의 방을 나와 울기 시작했다. 형이 죽는게 두려웠다. 형이 시위를 하다 죽는게 두려웠다.
그러나 내가 할수있는건 없었다. 내가 말려도 형은 내일 시위를 하러 나설것이다. 나는 그런 상황이 서글프게 느껴졌다.

내일이 왔다. 형은 집에 없었다. 나는 형을 찾기위해 집을 나와 무조건 걷기 시작했다. 급하게 나오느라 신발을 못 신어서 맨발로 나는 형을 찾기 위해 무작정 걸었다. 나는 끝내 시위대를 만났다. 그리고 형을 보았다.
시위대 중앙에서 결의문을 낭독하는 형의 모습을.

결의문

인류 역사이래 이런 강압적이고 횡포한 처사가 있었던고, 근세 우리나라 역사상 이런 야만적이고 폭압적인 일이 그 어디 그 어느 역사책 속에 끼어 있었던가?

오늘은 바야흐로 주위의 공장 연기를 날리지 않고 6일동안 갖가지 삶에 허덕이다 모이고 모인 피로를 풀 날이요, 내일의 삶을 위해 투쟁을 위해 그 정리를 하는 신성한 휴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하루의 휴일마저 빼앗길 운명에 처해있다.
우리는 일주일 동안 하루의 휴일을 쉴 권리가 있다. 이것은 억지의 말도 아니고, 꾸민 말도 아니고, 인간의 근세 몇 천년동안 쭉 계속해서 내려온 관습이요, 인간이 생존해 나가기 위한 현명한 조치이다. 그러나 우리는 살기위해 만든 휴일을 어찌 빼앗기리. 우리는 피로에 쓰러져 죽어야만하나, 생각해 볼지어다. 우리는 배움에 불타는 신성한 각오와 장차 동아[東亞]를 짊어지고 나갈 꿋꿋한 역군이요, 사회 악에 물들지 않는 백합같이 순결한 청춘이요, 학도이다.

우리 백만학도는 지금 이 시각에도 타고르의 시를 잊지 않고 있다.
『그 촛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큰 꿈을 안고 자라나가는 우리가 현 성인사회의 정치 놀음에 일체 관계할리도 만무하고 학문 습득에 시달려 그런 시간적인 여유도 없다. 그러나 이번 일을 정치에 관계없이 주위 사회에 자극 받지 않는 책냄새 땀냄새 촛불 꺼멓게 앉은 순결한 이성으로써 우리의 지금까지 배운 지식을 밑바탕으로 하여 일장의 궐기를 하려한다.
백만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하여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 학도들의 붉은 피는 지금 이 순간에도 뛰놀고 있으며 정의에 배반되는 불의를 쳐부수기 위해서는 이 목숨이 다 할때까지 투쟁하는 것이 우리들의 기백이며, 이러한 행위는 정의감에 입각한 이성의 호소인 것이다.
우리는 민족을 사랑하고 민족을 위하여 누구보다도 눈물을 많이 흘릴 학도요, 조국을 괴뢰가 짓밟으려 하면 조국의 수호신으로 가버릴 학도이다.
이 민족애의 조국애의 피가 끓는 학도의 외침을 들어 주려는가?
우리는 끝까지 이번 처사에 대한 명확한 대답이 있을 때까지 싸우련다.
이 민족의 울분, 순결한 학도의 울분을 어디에 호소해야 하나?
우리는 일치단결하여 피끓는 학도로서 최후의 일각까지 부여된 권리를 수호하기 위하여 싸우련다.

결의문 낭독이 끝나자 시위대는 행진하기 시작했다.
시위대가 행진하는 곳에는 경찰들이 있었다.
시위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행진했다.

백만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하여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

시위대는 행진했다.
그리고 그순간 경찰들이 달려들어 시위대를 일방적으로 구타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굴하지 않았다.
나는 그틈에 몰래 도망쳤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무작정 형을 기다렸다.
그러나 형은 돌아오지 못했다.

일주일 후 경찰들이 형의 시신을 갖고 왔다.
형의 몸은 온몸에 멍이 들어있었다.
나는 확신했다.
형은 경찰들에게 맞아죽었다.
그러나 나는 대항하지 못했다.
경찰들이 가고 나는 형의 시신을 안고 울었다.

그 일이 있고 난후 세상은 변했다.
이승만은 4.19혁명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해는 지지않았다.
박정희와 전두환이라는 새로운 해가 등장했다.
밤이 오기 위해 수많은 어둠이 희생했다.
그 결과 밤이 왔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

별이 빛나는 나라

형이 바랬던 나라

훗날 형이 죽은 그날은 2.28민주운동으로 불린다.
사람들은 그날 죽은 형을 비롯한 수많은 어둠들을 기억한다.
형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