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동상(2·28원로자문위원장상)
2.28에서 배운 대한민국과 나의 미래
거제상문고등학교 3학년 이혜민
2025년의 대한민국, 평안했던 우리의 일상은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그로 인한 탄핵으로 혼란해졌다.
이로 인해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는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우리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은 말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하지만 뉴스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우리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말과는 다른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정쟁으로 얼룩진 국회, 진영 논리에 갇힌 갈등과 양극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말싸움에 집중하는 정치인들.
청소년인 나조차도 "과연 이것이 우리가 지켜온 민주주의일까?"라는 의문을 품게 만들고 있다.

그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 있을 때, 나는 처음으로 ‘2·28민주운동’이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다.
2025년을 사는 내가, 1960년 2월 28일 대구의 거리를 걸었던 학생들의 이야기에 이토록 깊이 감동할 줄은 몰랐다.
그날, 정치적 탄압 속에서도 거리로 나아간 이들은 어른이 아닌, 나와 똑같은 ‘학생’이었다.
공부와 숙제에 쫓기며 살았을 그들이, “부당한 국가 권력에 침묵할 수 없다”며 거리로 나섰다.
그 외침은 단순한 수업 거부가 아니라,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첫 불씨가 되었다.

나는 2·28에 참여했던 나의 선배들,
그 당시 학생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떨리는 다리로 교문을 나서면서도,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던 눈빛.
그들은 국가에 맞서 싸운 투사가 아니라, 평범한 학생이었기에 더욱 위대했다.
지금 우리 교실에 있는 그 누구라도,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그렇게 행동했을까?
나는 감히 대답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기록을 읽고 또 읽으며,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그들의 용기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민주주의는 한 순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투표, 표현의 자유, 언론의 감시, 권력의 분산… 그 모든 것은 지난 세대의 땀과 피로 희생한 덕에 쌓여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그 위에 올라선 우리가 무관심하거나, 편향되거나, 무기력하다면 민주주의는 쉽게 흔들릴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이 딱 그렇다. ‘가짜 뉴스’는 진실을 삼키고, ‘혐오’는 공감을 이긴다.
소수자에 대한 배려는 ‘이념 논쟁’으로 비틀어지고, 정치인의 행동과 말에는 국민의 삶이 조용히 외면되어지고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다시 2·28의 정신을 떠올린다.
‘학생’이라는 신분으로도 시대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
민주주의는 정치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와 실천으로 지켜진다는 사실.

나 역시 그런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싶다.
학교에서 친구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 반장으로서 공정한 규칙을 만드는 것, 소외된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 이러한 것들 모두가 ‘일상 속의 민주주의’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을 더 큰 무대로 옮기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정치인’이라는 진로를 꿈꾸게 되었다.

나는 생각한다.
정치는 말이 아니라 ‘경청’이어야 한다.
정치는 다수결이 아니라 ‘약자를 위한 안전망’이어야 한다.
정치는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정치를 만들기 위해선, 2·28처럼, 두려움보다 믿음을 선택해야 한다.

나의 꿈은 ‘듣는 정치인’이 되는 것이다.
국민의 말에 귀 기울이고, 고통 속에 숨겨진 삶을 이해하며,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 사회는 투쟁이 아닌 통합과 상생 위에 세워질 것이다.
2·28이 그랬듯이, 나도 누군가에게 “너 덕분에 희망을 느낀다”고 말할 수 있는 정치를 하고 싶다.

민주주의는 선언이 아니다. 끊임없는 ‘행동’이다.
나는 그 행동을 나의 삶으로 증명하고 싶다.
2·28의 외침은 과거의 메아리가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직접 묻는다.
“너는, 어떤 민주주의를 살아가고 있니?”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정치인이 되겠다.
말뿐인 정치가 아닌, ‘실천으로 완성되는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사람.
2·28의 그날처럼, 언제든 교문 밖으로 나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
그렇게, 민주주의는 살아 숨 쉬고, 나는 그 숨결 속에서 빛나는 미래를 걸어가고 싶다.

훌륭한 모습은 아닐지라도,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를 소생케하고 자라게 한 그들에게 이 글을 바치며, 영웅을 잊은 나라에게는 절대 미래란 없다는 오래전부터 품어온 나의 굳은 믿음과 나의 선배들을 향한 존경을 담아

2025. 8. 5.
이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