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금상(대구광역시장상)
그날, 우리는 꽃이었다
청도고등학교 3학년 장미
그날, 우리는 꽃이었다
아직 꽃 피지 않은 2월의 끝자락
대구의 하늘 아래
우리는 조용히 피어나고 있었다
오는 누가 봄을 막을 수 있을까
봄을 기다리는 몸은 학생이지만
심장 깊숙한 곳엔 시민의 피가 흐른다
선생님의 눈길
정문을 막은 명령도
우리를 멈추게 하지 못했다
우리는 알았다
선거는 권력의 축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권리라는 것을
민주주의는 시험 문제 속 개념이 아니라
거리에서 피어나는 외침이라는 것을
민주주의를 위해
차가운 바닥 위에
희망의 발자국을 찍으며
걷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떨렸고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막았고
누군가는 앞장섰다
그 작은 떨림들이 모여
하나의 물결이 되었고
그 물결은 바위를 밀었다
억압은 깨어지고
침묵은 노래가 되었다
그날 우리는 꽃이었다
꽃은 말할 수 없지만
그 향기는 오래 남는다
그리고 이제,
그 향기를 기억하는 시민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