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2월 28일. 조용하던 도시 대구에 갑작스럽게 학생들의 외침과 경찰의 발소리가 메아리쳤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화 운동 2·28 민주운동이 그날 시작되었다.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2·28도서관과 두류공원 기념탑을 직접 방문하면서 그날의 이야기와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도서관에 들어선 순간,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용하고 고요했지만, 그곳엔 뚜렷한 긴장감과 무게가 느껴졌다. 하지만 벽에는 당시 학생들의 모습이 담긴 흑백 사진들이 걸려 있었고, 학생들의 손에 들려 있던 팻말은 짧지만 강렬했다.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
“학생도 국민이다.”

그들의 목소리는 살아 숨 쉬는 듯했고, 그날의 외침은 단순한 구호가 아닌, 불타오르는 희망과 절박함이었다. 당시에는 라디오로만 세상을 알 수 있었고, 정부가 보여주는 정보 외에는 아무것도 알기 힘든 시대였다. 그런 상황 속에서 학생들이 직접 거리로 나섰고, 자신들의 입으로 잘못된 현실을 외쳤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단순한 수업거부가 아닌, 나라의 미래를 바꾸려는 첫걸음이었다는 점에서 이 운동은 더욱 뜻깊었다.

두류공원으로 이동했을 때, 숲속 높은 나무들 사이로 보인 2·28민주운동 기념탑은 장엄하고도 단단한 느낌을 주었다. 가까이 다가가 탑에 새겨진 글귀를 읽는 순간, 마치 그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대한민국의 자유는 평범한 학생들의 용기에서 시작되었다.”

이 문장 하나가 나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울렸다. 나처럼 어린 학생들이 미래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행동했다는 사실은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와 권리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님을 깨닫게 했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진 대구의 모습은 평소와는 달리 특별하게 느껴졌다. 웃고 떠들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뒤에는 분명 그날의 외침이 있었다. 무심코 지나쳤던 거리, 지나쳤던 기념물, 그리고 교과서 속 이름들이 이제는 살아 있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들의 마음을 기억하고 그 외침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말하는 게 두렵지 않도록, 나 역시 정의를 향해 한 발짝 내딛고 싶다.
그날의 학도들처럼 내 작은 목소리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마음에 품었다.

나는 이제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단지 과거를 기억하는 것을 넘어서, 그 정신을 현재에도 실천하고 싶어졌다.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학교에서 의견을 나눌 때도, 나는 더 이상 수줍기만 한 아이가 아니라,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를 위해, 정의를 위해 외치는 일이 꼭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깨달았다. 언젠가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 1960년 2월 28일, 교복 입은 학생들이 용기 하나로 역사를 바꿨던 그날을. 그리고 지금도, 그 외침은 우리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