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2월이 되었어요.
저는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 가족과 함께하는 멋진 하루를 만들어 방학숙제로 기록하고 싶었어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중 엄마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곧 2월 28일이네. 우리 대구에는 2.28민주운동기념관이라는 곳이 있어. 어린 학생들이 우리나라를 위해 용기를 냈던 일이란다.”

엄마의 말을 듣고 궁금해진 저는 엄마와 함께 2.28민주운동기념관에 가보기로 했어요. 기념관은 대구 중구 남산동에 있었어요. 지하철을 이용하여 명덕역에서 내린 후 조금만 걸어가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어요.

밖에서 볼 때는 조용하고 깔끔한 도서관 건물처럼 보였지만, 안에 들어가자 정말 놀라운 이야기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전시실에는 옛날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형들과 누나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는 사진들이 걸려 있었어요. 또 직접 작성한 결의문과 피켓, 그리고 시위 장면이 담긴 영상도 볼 수 있었어요. 체험 부스에 있는 옛날 교복을 입고 시위 사진 앞에 서 보니, 마치 제가 1960년으로 시간여행을 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흑백 사진들 속 설명을 읽어보니, 1960년 2월 28일은 일요일이었대요.
그날은 원래 학교에 가지 않는 휴일인데, 정부가 학생들이 야당 후보의 유세를 보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등교하라고 시켰다고 해요. 하지만 대구의 고등학생들은 “이건 불공평해요!”라고 외치며 학교에 가지 않고 거리로 나갔어요. 그것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학생 민주화 운동인 2.28학생민주의거였어요.

그날 시위에는 대구 지역 8개 학교에서 1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여했대요. 지금보다 규율이 엄격하고 권위적이었던 시기에 학생들이 용감하게 참여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어요. 그 용기가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도 없었을지 몰라요.

그리고 정말 특별한 일이 있었어요. 제가 기념관을 방문한 날은 마침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에서 정기총회가 열리는 날이었어요. 기념관 안에는 연세가 많은 할아버지들이 계셨어요. 혹시 그날 시위에 참여했던 분들일까 궁금해져 모자에 ‘2.28’이라고 적힌 배지를 달고 계신 할아버지께 다가갔어요.

“할아버지, 2.28민주운동에 참여하셨나요?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자 할아버지께서 웃으며 말씀하셨어요.

“허허, 그 말을 들으니 내가 더 감사합니다.” 할아버지의 말씀을 듣는 순간, 저의 마음 속에도 ‘감사’라는 꽃이 피는 것 같았어요.

기념관에는 현재의 고등학생 형과 누나들이 만든 2.28민주운동 소개 연상도 상영되고 있었어요.
과거를 기억하고 배우려는 형들의 모습이 무척 자랑스러웠어요. 그리고 저도 다짐했어요.

“나도 멋진 일을 용기있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2.28민주운동은 이 후에 대전의 3.8민주의거, 마산의 3.15의거, 서울의 4.19헉명으로 이어졌고, 결국 이승만 대통령이 물러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요. 대구에서 시작된 학생들의 용기가 우리나라를 바꾼 거예요.

기념관을 나오며 저는 맑고 푸른하늘을 보고 생각했어요. 지금 제가 이렇게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그때 그분들의 용기 덕분이라고요. 그리고 영상을 만들어 기억하는 형과 누나들처럼 그분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정의로운 일에 용기를 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어요.

2.28민주운동기념관 방문은 절대 잊지 못한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