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2월 28일, 대구의 겨울은 아직 차갑고 거리는 조용했지만, 그날 거리로 나온 학생들의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뜨거웠습니다.
대구의 고등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학교를 뛰쳐나와 “우리가 이 나라의 주인이다!”라며 거짓과 부정에 맞섰습니다. 그것이 바로 2·28 민주운동입니다.

그때의 학생들은 사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똑같이 수업을 듣고, 시험에 쫓기고, 미래를 고민하던 평범한 고등학생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부당한 일 앞에서 눈을 감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부정한 선거를 위해 학생들을 학교에 억지로 불러들이고, 진실을 감추려하자 “이건 옳지 않다. 누군가는 말해야 한다.” 이렇게 마음먹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그들의 발걸음은 떨렸을 것입니다. 어른들이 두려워하는 권력에 맞서 싸운다는 게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하지만 그들은 그 두려움마저 꾹 참았습니다. 학교를 빠져나와 거리를 메우고, 찬바람을 맞으며 부당함을 외쳤습니다. 그 외침은 전국으로 퍼져나가 결국 4·19혁명으로 이어졌습니다. 대통령을 물러나게 만들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드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길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후에도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광주에서는 무고한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서울에서는 군부 독재에 맞서 또다시 사람들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그때마다 누군가는 용기 내어 목소리를 냈고, 그 외침은 결국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 놓았습니다.

지금의 우리는 그때보다 훨씬 더 많은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마음껏 말할 수 있고, 원하는 사람에게 투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그 자유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잊어버립니다.

뉴스를 보면서도 “어쩔 수 없지”라고 말하거나, 누군가 억울한 일을 당해도 모른 척할 때가 많습니다. 사실, 저 자신도 그런 적이 많습니다.

하지만 2·28의 학생들은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평범한 고등학생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작은 용기들이 모이면 큰 변화를 만든다.”
그들의 외침은 아직도 우리의 가슴 속에 남아 있습니다.

지금의 우리와 그때의 그들은 참 닮아있습니다. 우리도 학교에 다니고, 친구들과 웃고, 공부하며 미래를 꿈꾸는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마음을 품었다는 것입니다.
그 용기 덕분에 우리는 지금 이렇게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답할 차례입니다. 우리가 받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보고, 잘못된 것에 맞서야 합니다. 부당한 일에 침묵하지 않고, 작은 목소리라도 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오늘의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입니다.

때로는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2·28의 학생들도 처음에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습니다. 그들이 한 걸음을 내디뎠기 때문에 세상이 바뀌었듯, 우리도 용기 내어 한 걸음을 내디뎌야 합니다. 우리가 외면한다면 민주주의도 서서히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짐합니다.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세상이 잘못된 길로 간다면 모른척하지 않겠습니다. 작고 떨리는 목소리라도 낼 것이고, 정의롭지 못한 것을 보면 외칠 것입니다.

2·28의 뜨거운 외침을 마음에 품고, 오늘의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그것이 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그리고 2·28의 용기를 이어받은 고등학생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차례입니다. 내가 낸 목소리가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의 용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 믿음으로, 오늘도 나는 2·28의 길을 따라 한 걸음씩 나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