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역사가, 교복을 입고 거리에 나선다.
1960년 2월 28일, 대구의 하늘은 맑았지만 시민들의 마음은 무거웠다. 아무 잘못도 없는 학생들이 교실이 아닌 거리로 나섰다.
그들의 손에는 책 대신, 정의와 용기가 들려 있었다.

그날, 대구의 고등학생들은 일요일에도 등교하라는 명령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섰다.
단지 주말이 아까워서가 아니었다. 자유와 정의를 지키고 부정 선거를 막기 위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그들은 침묵 대신 외침을 선택했다. 교복을 입은 그들은 권력 앞에 섰고, 두려움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누군가는 그들을 철없는 학생들이라고 불렀지만, 그들의 외침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작은 목소리는 점점 모여 외침이 되었고, 그 외침은 4.19혁명으로 이어져 결국 세상을 움직였다.
민주주의는 그렇게, 학생들의 발걸음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가끔 그런 상상을 한다. 그날의 거리에 선 누군가처럼, 언젠가 나 또한 누군가의 부당함에 맞서 외칠 수 있을까?
비록 그날의 학생들만큼 대단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보여준 용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배움이 되었다. 작은 용기도 현실을 바꾸는 힘이 된다는 것을, 그들의 발걸음이 가르쳐주었다.

2.28 민주화 운동은 누군가의 영웅적인 업적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품어야 할 마음의 자세였다.
그날의 학생들에게는 대단한 무기나 유명한 이름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옳은 일을 하겠다’는 단단한 마음이 있었다.
그 마음은 바람처럼 번져 나가 결국 역사의 방향을 바꾸었다.

민주주의는 어느 한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매일 물을 주고 정성을 들여 돌보아야 자라는 한 그루 나무와 같다. 그리고 그날, 2.28로 그 씨앗이 뿌려졌다. 우리는 너무 쉽게 자유를 누리고 평등을 말하지만, 그것을 지키는 일은 분명 우리의 몫이다.
그 나무를 지켜야 한다. 더 자라게 해야 한다.

그날 거리에 흩날리던 작은 깃발은 단지 종이 조각이 아니었다. 그것은 희망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에서 하늘을 향해 뻗어간 희망이었다. 오늘 우리가 당연히 누리는 이 모든 권리들은, 그렇게 피어난 꽃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다짐한다. 나도 그 교복을 입은 마음으로 살아가겠다. 당당히 침묵하지 않고, 작더라도 옳은 목소리를 내겠다. 2.28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의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 있는 약속이다. 때로는 역사가, 교복을 입고 거리에 나설 것이다. 그리고 그때, 나도 함께 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