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은상(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장상)
민주주의 물꼬
진건초등학교 6학년 박세건
2월 28일은 ‘민주주의’에 있어서 역사적인 날이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자유,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아픈 희생이 있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일요일에 등교를 시켰던 사람들을 향해 학생들은 거부하고 바른말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소통의 창구가 잘 마련되어 있어서 바른말을 하는 것이 전혀 문제 되지 않지만, 정직한 소리를 하면 잡혀가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용감했다.

나는 나를 돌아보았다. ‘나라면 어땠을까?’ 겁이 나서 고분고분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을까?

우리가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월 28일을 활자로 눈에 담은 나는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그들의 후손임을 잊지 않고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시민들은 공정한 선거를 위해 마음을 모았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 애쓴 마음이 있었기에 오늘의 민주주의가 있다. 지금의 평화를 위해 앞선 시대를 고생스럽게 살다 가신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든다. 만약 시대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있었더라면 그 암울하고 아픈 시대를 어느 누구도 택하지 않을거라 생각된다.

무엇이든 물꼬를 트는 작업은 어렵다. 역사를 위해 횃불을 들고 앞장서는 일도 마찬가지다. 아무도 가지 못한 길을 오직, ‘민주주의 열망’으로 밝힌 것이다. 이것은 민주주의 운동의 뿌리가 되어 주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화분을 도맡아 키워 본 적이 있다. 꽃을 가꾸는 일에도 많은 정성이 필요했다.

물도 때에 맞춰 주어야 하고, 시든 잎도 잘 떼어주어야 한다. 볕을 너무 많이 쪼여도 안 되고 적당한 바람도 필요하다. 그리고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는 화분의 상태도 거듭 확인해야 한다.

건강하게 자리를 잡고 길게 뿌리내린 화분들은, 분갈이를 해줘야 할 만큼 쑥쑥 튼튼하게 잘 자랐다. 하지만 겉보기에는 화려하고 탐스러웠지만 이미 뿌리가 상해버린 화분은 아무리 수고해도 생기를 잃고 시들어 갔다.

2월 28일의 의미는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부당함에 맞서 싸웠던 첫 마음을 기억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이다. 의미를 새롭게 다지기 위해 2018년부터 2월 28일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다. 반갑고 기쁜 일이다.
그날의 외침을 우리가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권력 앞에서 무릎 꿇지 않았고 힘 앞에 굴하지 않았다.

역사 속에서 부끄러운 사람들은 강자 앞에서 한없이 약하고 약자에게는 한없이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허나 2월 28일의 모습은 국민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강자 앞에서도 더 씩씩하게 약자의 편에서 한껏 목소리를 높였다. 눈물 나게 감사하다. 튼튼하게 마음의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용기를 심어 준 날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물꼬를 트는 용감한 분들이 안 계셨더라면 우리는 빠른 속도로 민주화를 이룰 수 없었다.

고등학생밖에 되지 않았지만, 결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부정한 선거를 막기 위해 자신의 안전보다 시민의 미래를 걱정했다. 모두가 나라를 사랑하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애국자의 마음으로 그날을 맞이했다.

독재정권은 민주화를 이룰 수가 없다. 권력을 탐하는 사람들은 독재에 빌붙어 나라를 위기에 빠뜨리는 사람들이다. 비록 고등학생이었지만 그들은 똑똑했고 국가를 위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으로 서로가 서로를 응원했다.

1960년대 암울한 시대를 살면서도 그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국가의 앞날을 걱정했던 누나와 형들 덕분에 우리는 지금 정당한 선거를 하고 공정하고 상식이 통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 너무도 고마운 마음이다.
민주주의 물꼬를 터준 덕분에 우리는 부당한 것에도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잘못을 저질러도 탓하지 않고 암묵적으로 죄를 묻지 않았다면 독재정권은 더욱 승승장구하며 시민들을 억압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위기의 순간에 큰 목소리를 내주신 형과 누나들이 진짜 고맙다. 민주주의 물꼬를 터준 용기 있는 마음과 씩씩한 함성, 나보다는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바른 생각을 꼭 닮고 싶다. 2월 28일이 되면 나는 가족과 함께 묵념한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고개를 숙이며 그날의 고마움을 마음에 새긴다. 우리 가정처럼 마음으로 2월 28일을 많은 국민이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