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동상(2·28원로자문위원장상)
벽을 넘어선 봄
조종고등학교 1학년 이윤제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나만의 벽을 세우고 살아가.
단단한 철벽 같다가도
어느새 종잇장처럼 얇아지는,
알 수 없는 그런 벽 말이야.
벽에 구멍이 나고 무너지면
혼자선 고쳐 세울 수 없어 불안하지.
누군가 불쑥 들어올까 봐,
내심 겁이 나기도 해.
하지만 내가 모르는 어느 시절 어느 날.
수많은 소녀와 소년들이 마주한 벽은 달랐어.
자유로운 숨결을 짓누르고
진실한 눈빛을 가리던
어둡고 거대한 벽이었지.
선거라는 이름으로 드리워진 어둠,
침묵을 강요하던 독재의 단단한 벽.
순수한 꿈마저 가두려 했던 거야.
그러나 작은 촛불들의 용기가 모여
거대한 불길이 되었고,
그 뜨거운 울림이 벽에 균열을 냈어.
봄을 부르는 간절한 염원,
새로운 세상을 향한 순수한 외침이
하나의 목소리가 되어 벽을 흔들었지.
두려움 넘어 터져 나온 그 외침은
세상을 울리는 파도처럼 번져나갔어.
얼어붙은 대지 위, 솟아난 작은 새싹들처럼
강인한 생명력이 모여
자유를 가두던 벽을 무너뜨렸어.
혼자선 상상도 못 했을 그 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순간,
환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지.
우리에게 ‘벽’이란
때로는 넘어서야 할 숙제이지만,
때로는 스스로를 허물고
영원히 이어질 희망의 씨앗을 심는 용기라는 걸
그날의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에게 속삭여주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