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동상(2·28원로자문위원장상)
껍질을 깨는 날
한서고등학교 3학년 남궁성은
껍질은 빛을 몰랐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둔한 벽
겉은 반질거렸고
속은 숨 막혔다

누군가는 그것을 전통이라 불렀고
누군가는 질서라 불렀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질식이라 불렀다

어느날 조용한 알 속에서
무언가가 부풀었다
작은 질문들의 심장이 되었고
답 없는 침묵이 손톱이 되었다
그래서, 밀었다

금이 갔다
서서히, 툭툭대며
숨도 쉴수 없는 껍질 속에서
조용히 금이 번졌다

수만 번 울컥이며
울음을 삼켰다.
기어이, 틈 하나를 밀어냈다

피도, 눈물도 묻어 있고
조용한 비명 따라 매서운 숨결도 따라 나왔다
그러나 누구도 멈추지 않았다
그저
떨리는 심장으로
스스로를 세상에 밀어냈기에

그렇게
금 간 껍질 너머로
처음 보는 빛을 올려다보며
우리는 울었다

이윽고
이름 조차 없던 그 무명의 울음이
새로운 세상에
봄을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