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동상(2·28원로자문위원장상)
나는 그날을 모르지만
저동고등학교 1학년 강다현
나는 그날을 모르지만
검은 교복 자락이
바람을 자르는 소리를
나는 들은 적 있다
내가 알던 교문은
아침마다 지각한 아이들을 삼키지만
그날, 그 문은
처음으로 학생들을
바깥으로 밀어냈다
종은 울렸고
울린 것은 종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선생님의 손은 출석부 대신
눈가를 훔치고 있었다
책가방도, 도시락도,
그리고 이름도
그날은 모두 두고 나왔다
어쩌면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갔다
누군가는
가야 했기 때문에
나는 그날을 모르지만
지금도 누군가의 빈자리를
교실마다
거리마다
마음마다
기억하려는 이가
있다는 것
민주주의는
가장 큰 소리가 아니라
가장 오래 남는 마음이다
그 마음으로 오늘도
나는 투표를 할 순 없지만
나는 눈을 돌리지 않고
나는 물러서지 않고
나는 누군가의 이름을 외운다
그리고 그 이름이 끝나는 곳에서
나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본다
그 촛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