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심사평
심사평
응모작품들은 2·28 민주정신을 배우고 알아가는데 대한 자부심과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지키고 키우겠다는 각오를 문학적으로 잘 표현해내고 있다.
2·28학생문학상 응모작이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재작년 892편, 작년 971편으로 응모작이 증가했고, 25회를 맞은 올해는 총 1,286편이 접수돼 작년에 비해 약 32% 증가했다. 참여 학교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재작년 81개교, 작년 112개교에서 올해는 145개교로 크게 늘어났다. 시민들과 학생들 사이에서 2·28 민주운동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2·28 민주운동 정신을 알리려는 많은 분들의 노력과 우리 국민들의 민주정신이 점점 성숙해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응모작품들은 2·28 민주정신을 배우고 알아가는데 대한 자부심과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지키고 키우겠다는 각오를 문학적으로 잘 표현해내고 있다.
산문 작품에는 수필, 일기, 편지 같은 장르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상상력을 가미해 2·28민주 운동에 참여했던 학생의 관점으로 풀어낸 단편 소설, 콩트 형식도 다수 있어서 참신하고 인상적이었다. 대구 지역 고등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시작된 2·28 민주운동이 어떤 과정을 거치며 퍼져나갔는지 다룬 학생들의 작품을 통해 2·28 민주운동이 오늘날 우리 학생들에게 어떤 울림을 주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부 작품은 2·28 민주운동 전개 과정을 나열식으로 전달하는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자신만의 의미와 해석을 깊이 있게 담아내지 못했다는 말이다. 몇몇 작품은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하고 완성도가 높음에도 사실(팩트)과 다른 과장·왜곡이 심해 입상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음을 밝힌다.
운문 작품은 2·28 민주운동에 대한 이해도가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작품의 상당수가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2·28 민주운동을 제대로 알리고자 했고 그날로 돌아가 직·간접적으로 그 운동에 동참하고자 했다. 이러한 참여의 경향이 주를 이루었고 완성도가 높은 작품 또한 기대 이상으로 많았다. 하지만 완성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사건의 참여는 내용과 구성의 단조로움과 유사함의 범주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완성도 외의 다른 변별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나머지 작품은 참여의 경향에서 조금 벗어나 있었다. 그날보다 그날의 정신에 더 비중을 두고 계승, 승화, 실천의 방식으로 참여의 범주를 확장하고 있었다. 생활에서의 경험과 다양한 소재로의 접근이 완성도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신선함과 다채로움을 더했다.
운문부 심사평은 다음과 같다.
초등부 금상 작품 「종이비행기」는 종이라는 소재의 친근함을 종이비행기를 통해 역사적 경험을 종이비행기가 민주화라는 보물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자유롭고도 재미있게 묘사하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표현하였다.
「꺼지지 않는 불꽃」은 집단의 경험을 불꽃이라는 시어를 바탕으로 편안한 전개와 함께 2·28 민주운동 선언문의 ‘횃불을 밝혀라 동방의 빛들아!’ 인용구절 또한 참여시의 성실함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중등부 작품, 「우리 모두 모였으니 어서가세」는 반복적 후렴구가 마치 2·28 민주운동 당시 회고의 장면 중 결의에 가득찬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연상케 하며, 집단의 힘찬 의지를 담은 메시지를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본다.
「그날의 용기」는 민주운동 정신을 ‘용기’라는 주제로 상징적으로 함축하여 다섯 형태의 용기로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다양한 형태이지만, 반복되는 ‘~의 용기’라는 구절이 주는 통일성은 민주주의 운동의 의미 전달에는 효과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고등부 작품 중, 「그날, 우리는 꽃이었다」는 ‘민주주의는 시험 문제 속 개념이 아니라 거리에서 피어나는 외침’이라는 구절이 시 전체를 응축하는 듯 상징과 은유로 역사적 사건의 명확하게 잘 표현되었고, ‘그날, 교정 밖에서의 학생들의 떨림과 울림, 그리고 깨어진 억압과 침묵의 노래’ 등이 추후 민주의 꽃향기로 기억하는 시민으로의 표현은 당시 학생들의 결단력 있는 행동이 오늘날까지도 독자에게 울림을 전해주는 작품이다.
「담을 넘는 시간」은 학생들의 자유에 대한 열의를 첫 단락에서 요즘 청소년들이 애호하는 고양이가 담을 넘는 모습으로의 비유는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마산과 서울을 거쳐 전국으로 확산되는 민주주의 운동의 긴박한 상황을 간결한 서사로 잘 표현한 작품이다
눈여겨본 글은 대상 수상작으로, 집단의 역사적 경험을 밝아올 아침으로의 희망 믿는 「첫새벽」이었다. ‘아직 뜨지 않은 해를’ 잃었다 이름 짓고, ‘새벽에 깨어나 울지 말라’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시는, ‘잃은 것’과 ‘어둠 속 자정의 방황’이라는 과거의 묘사 그리고, 붉은 날, 녹슨 책, 찢긴 막 같은 상징을 통해 억압에 대한 개인의 감정 표현은 2·28 민주운동을 직접 언급함으로써 집단의 역사적 경험으로도 연결시키고 있다.
중반부의 ‘아직 난파되지 않은 선상’의 은유는 민주주의가 아직은 완전히 박탈되지 않았음을 전하고 있고, 후반부의 ‘날은 져가나 또 밝아오고 있지 않은가’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좌절 속에서도 희망이 올 것이라는 필연성을 강조하는 등 붉은 날, 정전 속 불빛의 표현은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 또한 정서적 몰입도를 높여주는 운문이었다.
마지막 구절 ‘날은 져가나 또 밝아오고 있지 않은가’라고 표현함으로써 절망을 넘어 필연적으로 찾아올 희망을 강조하고 있다. 2·28 민주운동의 의미와 자유의 가치, 들불같이 일어났던 그날의 열정을 섬세하고 상징적인 시어로 표현함으로써 깊은 인상을 주었다
산문부 심사평은 다음과 같다.
초등부 작품 중에는 「2·28민주운동이 나를 부를 때」(김시환), 「2.28 학생민주의거, 우리가 지켜야 할 민주주의의 용기」(황재윤) 등이 눈길을 끌었다. 「2·28민주운동이 나를 부를 때」는 대구라는 도시와 2·28민주운동을 연결해 개인의 성장과 인권 의식을 진지하게 풀어냈다. 「2.28 학생민주의거, 우리가 지켜야 할 민주주의의 용기」는 평범한 학생들의 용기와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진심 어린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으며 역사적 의미도 잘 전달하고 있다.
중학교 산문 중 눈여겨 볼 작품은 「기억의 깃발 아래, 우리는 걷는다」, 「지나간 청춘이 지금의 청춘에게 준 미래」, 「눈을 뜨고 있어라」이다.
「지나간 청춘이 지금의 청춘에게 준 미래」는 현재 노인이 된 화자의 시점에서 60여 년 전 2월 28일 그날의 역사적 행보를 추억하는 미니픽션 형식이 흥미로웠다. 「눈을 뜨고 있어라」는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라는 스페인 소설 속에서 차별이라는 소재를 이끌어 와서 쓴 글이다.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지금 차별받지 않고 살아가도록 해준 장본인이 2.28민주화운동이었다는 쟁점을, 거침없는 문장력으로 풀어나간 부분이 돋보였다.
「기억의 깃발 아래, 우리는 걷는다」는 “민주주의는 지금도 살아있는가?”라는 강력한 질문을 던진다. 그 물음에 “민주주의는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무너질 수 있기에 매일 다시 살려내야 하는 삶의 방식”이라는 대답을 스스로 내림으로써, 2.28민주화운동의 정신이 계승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문장마다 서슬 퍼렇게 살아 꿈틀대는 민주주의의 숭고함 덕분에, 다소 짧은 글이지만 대상으로 선정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고등부 산문 작품 중에는 「뜨거운 열기를 가진 작은 불씨」(강도완), 「민주 발전의 초석 - 민주의 횃불 2·28」(손창현)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뜨거운 열기를 가진 작은 불씨」는 역사적 사실과 감정이 잘 어우러진 글로, 2.28 민주화 운동의 의미와 정신을 깊이 있게 파고들고 있다. 「민주 발전의 초석 - 민주의 횃불 2.28」는 2.28 민주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깊이 있게 조명하며, 민주주의의 본질과 실천 정신을 감동적으로 표현한다.
초·중·고등학생들이 2·28학생문학상 응모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2·28민주운동의 의미를 배우고, 스스로 민주정신을 키우는 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특히 참여 학생이 갈수록 늘어나고, 작품의 진정성이 깊어지며, 다양한 해석의 가지가 뻗어나간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2·28민주운동 관련 글쓰기에서 사실 오류를 막기 위해 ‘2·28민주운동: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운동’(김노주 편저), 특히 2장 ‘2·28민주운동의 전개’와 4장 ‘2·28민주운동의 역사적 의의’를 꼼꼼하게 읽어보고 작품을 구상하면 더 나은 글쓰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글을 쓸 때 흔히 간과하는 ‘글’(passage), ‘단락’(paragraph) 개념도 더 잘 정립하고 글을 써주길 바란다. 응모한 모든 학생들과 지도하신 선생님들께 감사를 전하며, 수상자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2025년 10월
심사위원장: 조두진 / 심사위원: 김노주, 여정, 김선정, 이혜경, 황영은